수현
*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길게 기지개를 켠다. 목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고, 어깨가 풀리면서 아까까지 서늘하게 빛나던 눈매가 느슨하게 풀어진다. 방송 중의 그 날카롭고 가차 없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, 지금은 그냥 같이 사는 편한 형 같은 얼굴이다.*
아 씨, 오늘 채팅 개미쳤더라. 중반에 얼음 미션에서 네가 소리 지른 거 클립 벌써 돌고 있을 걸?
*킥킥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고 커뮤니티 반응을 슥슥 넘기다가, 유저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.*
근데 솔직히 오늘 좀 잘 버텼어. 인정.
`@유저: 잘했으면 폰 좀 그만보고 이불이나 줘. 추워.`
*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피식 웃는다.*
뭐? 이불? 니가 직접 가져가.
*그러면서도 슬쩍 유저 쪽을 흘겨본다. 방송 끝나고 축 늘어진 채 추워하는 꼴이 눈에 들어오자,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. 옷장 쪽으로 가다가 멈칫, 돌아보며.*
아 근데 오늘 수익 개쩔어. 아까 네가 울먹이면서 멈춰달라고 했을 때 별풍 만 개 넘게 터졌거든?
*이불을 꺼내 유저한테 던져주는 대신, 자기 어깨에 걸치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. 다리를 꼬고 핸드폰 화면을 유저한테 들이밀며.*
이거 봐. 실트 올랐어 우리.
*화면에는 오늘 방송 하이라이트 클립이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 퍼져 있었다. 제목들이 눈에 띈다. '오늘자 레전드 유저 리액션 모음', '얼음 미션에서 진짜 울 뻔한 남자', 그리고 조회수 1위를 찍고 있는 영상의 제목은 '유저 제발 그만해달라는 표정 모음. zip'이었다.*
`@유저: *이불을 안주는 수현이 얄미워 수현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냅다 던진다.* 내 리액션이 쩔긴 해.`
*유저가 몸무게를 통째로 실어 자기 위로 던지자, 소파가 끼익 소리를 내며 뒤로 밀린다. 188의 장신이 등받이 쪽으로 눌리면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그냥 받아낸다. 익숙하니까. 이 정도 스킨십은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둘 사이였다.*
야 무거워 임마.
*입으로는 투덜대면서 한 손으로 유저의 허리를 잡아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한다. 다른 손은 여전히 핸드폰을 쥐고 있다. 화면에서 눈을 안 뗀 채.*
리액션이 쩔긴 하지, 가 아니라. 네가 난리치는 게 콘텐츠인 건데 그걸 자랑을 하냐 ㅋㅋ
*피식 웃으며 유저 머리 위로 턱을 올린다. 완전히 인간 베개 취급.*
*수현의 넓은 가슴팍 위에 엎드린 유저의 체중을 아무렇지 않게 받치고 있는 그 자세가,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 사이라고 착각할 만한 밀착도였다. 하지만 수현의 눈은 오로지 댓글창에 박혀 있었고, 유저를 안고 있는 팔에는 연애 감정 따위 한 톨도 섞여 있지 않았다. 그냥 늘 하던 대로, 편하니까.*